제주오름

제주도 오름에 얽힌 신화와 전설 – 민속 이야기 탐방

world-6 2025. 4. 3. 09:33

1. 신들의 발자취 – 제주 오름에 깃든 창세 신화

제주의 오름에는 단순한 자연지형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다. 제주도는 예로부터 신화와 전설이 깊이 깃든 땅이며, 특히 오름은 신들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신성한 장소로 여겨졌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신화는 '설문대할망' 이야기다. 설문대할망은 제주도를 창조한 거대한 여신으로, 그녀가 치마폭에 돌을 담아 쏟아 놓은 것이 바로 제주도의 오름들이라는 전설이 전해진다. 이 이야기는 제주도의 화산지형과도 연결되며, 오름의 분포를 신화적으로 설명하는 흥미로운 요소가 된다. 또한, 한라산을 베개 삼아 잠을 자던 설문대할망이 일어나며 발을 내디딘 자리에 커다란 분화구가 생겼다는 이야기 또한 유명하다.

한편, 다랑쉬오름에는 또 다른 신화가 전해진다. 옛날 하늘에서 내려온 신이 제주를 다스리며 백성들에게 풍요를 약속했으나, 인간들이 신의 말을 어겨 그 벌로 다랑쉬오름에 불이 타올랐다는 이야기다. 이는 화산활동의 흔적인 분화구를 신화적 요소로 풀어낸 예시라 할 수 있다. 또 다른 설화에 따르면, 다랑쉬오름은 한 무리의 선녀들이 내려와 놀던 곳이었는데, 인간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커진 선녀가 하늘로 돌아가지 못하고 오름에 남게 되었다는 전설도 전해진다.

제주도 오름에 얽힌 신화와 전설 – 민속 이야기 탐방

2. 전설 속의 용 – 신비로운 오름의 지하세계

제주 오름에는 용과 관련된 전설도 많이 전해진다. 오랜 세월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지형 속에는 신비로운 동굴과 지하세계가 존재하며, 이는 자연스럽게 용과 연결되는 신비로운 이야기로 발전했다.

거문오름은 특히 용과 관련된 전설이 많은 곳이다. 거문오름 아래에는 거대한 용이 잠들어 있으며, 이 용이 한라산의 신들과 연결되어 제주를 지켜준다는 전설이 있다. 실제로 거문오름 내부에는 용암동굴이 이어져 있어 지하세계가 존재하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전설 속에서 이 용이 깨어나면 제주에 큰 변동이 생긴다고 하여, 마을 주민들은 옛날부터 이곳을 신성한 장소로 여겼다.

또한, 용눈이오름이라는 이름 자체가 용과 관련이 있다. 옛날에 한 용이 이곳에 살며 바다와 하늘을 오가며 제주를 지켜줬는데, 어느 날 용이 떠나면서 남긴 흔적이 오름의 부드러운 곡선으로 남았다는 이야기다. 한편, 이 오름 근처에서 밤이 되면 용의 형상을 한 구름이 떠오른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는 안개가 자주 끼는 지형적 특성 때문인데, 주민들은 이를 신성한 징조로 여기며 신비로운 장소로 간직해왔다.

 

3. 원혼과의 만남 – 제주 오름에 얽힌 슬픈 이야기

오름과 관련된 신화는 신들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원혼과 관련된 슬픈 전설도 존재한다. 화산섬이라는 특성상 제주에서는 수많은 전쟁과 비극이 있었으며, 이는 오름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백약이오름은 원래 약초가 풍부하여 사람들이 자주 찾았지만, 슬픈 역사를 품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제주 4.3 사건 당시 이곳으로 피신했던 많은 사람들이 희생당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며, 이로 인해 백약이오름은 지금도 조용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마을 주민들은 이곳을 신성하게 여기며, 매년 위령제를 지내어 희생된 영혼을 위로하고 있다.

또한, 따라비오름에도 원혼의 전설이 있다. 오래전 마을 사람들이 이곳에 몰려온 해적을 피해 숨었으나, 끝내 발각되어 비극을 맞았다는 이야기다. 이 때문인지 따라비오름을 오르면 바람이 유난히 거세게 불어오며, 이를 두고 마을 주민들은 "억울한 원혼이 아직 떠도는 것"이라는 전설을 전해 내려온다. 비슷한 이야기로는 별도봉 오름에 얽힌 전설도 있는데, 옛날 제주 해안을 따라 마을을 습격한 외적들에게 희생된 원혼이 밤마다 별처럼 반짝이는 불빛으로 나타난다는 설화가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사람들은 별도봉을 야간에 찾는 것을 꺼려했다고 한다.

 

4. 수호신과의 인연 – 오름을 지키는 신령들

제주 사람들은 오름을 단순한 산이 아닌, 수호신이 깃든 신성한 장소로 여겼다. 제주에는 마을마다 신목(神木)이나 신령이 깃든 장소가 있는데, 오름 역시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큰노꼬메오름에는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이 살고 있다는 전설이 있다. 마을 주민들은 매년 이곳에서 제사를 지내며, 풍년과 평안을 기원해 왔다. 신령이 깃든 나무가 오름 정상에 자리하고 있으며, 이를 함부로 훼손하면 마을에 불운이 찾아온다는 믿음이 있다.

비양도 앞바다에서 볼 수 있는 비양오름도 신령이 깃든 곳으로 알려져 있다. 옛날에 비양도 주민들은 바다에서 폭풍을 만나면 이곳에 올라 제사를 지내며 무사 귀환을 기원했다고 한다. 특히, 이곳에서는 바람의 방향을 보고 날씨를 점치는 전통도 전해 내려오며, 이는 제주 어촌 문화와 깊이 연결되어 있다. 이외에도 마을 사람들이 제를 올리면 바다가 잔잔해지고 고기가 많이 잡힌다는 신비로운 전설도 있다.

이처럼 제주도의 오름들은 단순한 자연경관이 아니라, 오랜 세월 동안 사람들의 신앙과 역사, 그리고 전설이 깃든 특별한 장소다. 제주를 방문한다면 단순히 오름을 오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 속에 담긴 신화와 전설을 함께 느껴보는 것이 더욱 의미 있는 경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