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주 여성의 삶과 지형, 오름은 일상이었다제주도는 오래전부터 남성과 여성의 역할이 자연환경에 따라 뚜렷하게 구분된 사회였다. 남성은 바다로 나가지 않고 주로 육지에서 관료제나 무역 등에 종사했고, 여성은 해산물을 채취하며 가정을 책임졌다. 이런 제주 여성의 삶은 단순히 노동의 분담 차원을 넘어서, 자연과 밀착된 생활의 결과였다. 그 중심에는 해안과 가까운 오름이 자리하고 있었다. 오름은 여성들이 채취 활동을 위해 바다로 나가기 전, 바람의 방향과 날씨를 확인하고 바다 상태를 예측하는 생활의 지형도로 기능했다. 마을에서는 "오늘은 ○○오름이 흐리다, 물이 험하겠구먼" 같은 말들이 일상처럼 오갔으며, 오름의 구름 상태나 바람 소리로 해상 상황을 짐작했다. 또한 오름은 여성이 혼자 고요함 속에 머무르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