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오름

AR/VR로 구현하는 제주 오름 체험 – 가상관광의 미래

world-6 2025. 4. 25. 09:36

1. 제주 오름과 디지털 기술의 만남

제주도의 오름은 수백만 년 전 화산 활동의 결과로 형성된 독특한 자연 유산으로, 그 생태적·지질학적 가치가 매우 크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직접 오름을 오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물리적 거리, 시간 제약, 건강 문제 등 다양한 이유로 현장을 경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방식으로 최근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AR(증강현실)과 VR(가상현실)을 활용한 가상 오름 체험이다. AR은 실제 환경에 디지털 정보를 겹쳐 보여주는 기술이고, VR은 완전히 디지털로 재현된 공간 속에서 현실감 있는 몰입을 제공하는 기술이다. 이 두 기술은 이제 단순한 게임이나 교육 콘텐츠를 넘어, 현장 관광을 대체하거나 확장하는 새로운 관광 방식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특히 제주 오름처럼 도보 이동이 많고, 생태 보호가 중요한 장소에서는 비접촉·비파괴적인 체험 방식으로 큰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AR/VR로 구현하는 제주 오름 체험 – 가상관광의 미래

2. 오름의 풍경과 생태를 디지털로 재현하는 기술

VR 기술을 활용하면 오름의 정상에서 보는 360도 풍경을 실시간으로 경험할 수 있다. 드론 촬영과 3D 매핑 기술을 결합하면, 등산로부터 분화구까지 오름의 구조를 정확하게 가상 공간에 재현할 수 있고, 사용자는 집에 앉아서도 오름을 '걷고', '관찰하고', '느끼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또한 AR 기술을 통해 실제 오름 현장에서 스마트폰을 들면, 특정 지점에서 분화구 형성 시뮬레이션, 식물 설명, 옛날 오름 전설 이야기 등을 겹쳐 보여줄 수 있다. 예를 들어, 따라비오름 분화구에 스마트폰을 대면, 과거의 분출 과정을 시각화하거나, 해녀들이 지나던 경로를 따라 해설이 뜨는 방식이다. 이처럼 기술은 단순한 시각 효과를 넘어서, 지질학, 생태학, 민속학적 요소까지 통합한 입체적 해설을 가능하게 해준다. 실제로 제주도청과 지역 콘텐츠 기업들이 협력하여 일부 오름에 대한 VR 시뮬레이션 콘텐츠를 제작 중이며, 관광객 유입 없이도 경험과 교육을 제공하는 디지털 관광 인프라로 확장되고 있다.

3. 교육과 접근성, 그리고 환경보호까지 아우르는 가상관광

AR/VR 오름 체험은 단순한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교육, 접근성 향상, 환경보호까지 다양한 가치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다. 초등학생이 교실에서 오름의 구조와 생태계를 배우거나, 고령자와 장애인도 물리적 한계 없이 오름을 간접 체험할 수 있는 점은 관광의 평등성과 확장성 측면에서 매우 큰 진전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기술이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는 지속 가능한 관광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한 해 수십만 명이 오름을 찾는 상황에서, 특정 오름은 토양 유실, 식생 파괴, 야생 동물 서식지 교란 등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 가상 관광은 이러한 현장 훼손 없이도 정보 전달과 정서적 만족을 동시에 제공할 수 있는 대안이 된다. 게다가 사용자 데이터를 분석하면 사람들이 어떤 경로, 어떤 장소에 흥미를 느끼는지도 알 수 있어, 향후 현장 관광 정책에도 활용 가능하다. 이는 단순한 체험의 디지털화가 아니라, 관광의 질적 전환을 이끄는 전략 도구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4. 제주형 디지털 생태관광 모델의 가능성과 과제

제주 오름을 중심으로 한 AR/VR 관광 모델은 단순한 시도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 이를 본격적인 지역 발전 전략으로 연결하려면 디지털 콘텐츠, 스토리텔링, 기술 인프라, 지역 커뮤니티의 참여가 함께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예를 들어, 한 오름에 관련된 민속 전설을 지역 할머니의 목소리로 녹음하고, 그 이야기를 VR 시나리오로 구성하여 관광객이 오름 정상에서 직접 듣게 하는 방식은 기술과 문화가 만나는 대표적인 사례다. 또한 지역 청년들이 촬영과 편집에 참여하고, 마을이 수익을 일부 공유받는 구조라면 디지털 생태관광이 지역 일자리 창출과도 연결될 수 있다. 반면, 아직 AR/VR 인프라가 제주 전역에 고르게 구축되지 않았고, 콘텐츠 품질 편차도 존재하는 점은 과제로 남아 있다. 하지만 초기 단계인 지금부터 전략적으로 구축해 나간다면, 오름은 단지 걸어오르는 장소를 넘어서, 전 세계인이 디지털로 연결되는 제주 생태관광의 허브로 진화할 수 있다. 그것은 곧 지속가능한 미래 관광의 제주형 모델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