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름은 신이 깃든 장소였다 – 제주의 자연신앙 배경제주도의 오름은 단순한 지형적 구조를 넘어, 예로부터 신이 머무는 신성한 공간으로 여겨져 왔다. 제주 사람들은 산과 바다, 바람과 불, 돌과 물에 신이 깃든다고 믿었고, 특히 오름은 하늘과 가장 가까운 땅으로서 신과 인간을 잇는 매개 공간으로 인식되었다. 평야와 바다로 둘러싸인 제주에서 오름은 드물게 솟아 있는 땅의 돌기였고, 그것은 곧 자연의 숨결이 가장 진하게 드러나는 곳이었다. 실제로 제주도 각지에서는 오름 정상이나 분화구 부근에 신당, 제석단, 돌탑, 샘터 같은 제의 공간이 자리하고 있으며, 그곳에서 마을 공동체가 함께 모여 제사를 올리는 풍습이 전해졌다. 오름 자체가 특정 신의 거처로 여겨졌고, 그 신의 기분과 움직임에 따라 마을의 평안과 ..